상자 안에는 세발 달린 솥이 들어있었습니다. 바닥은 둥글고 넙적했으며 뚜껑과 테두리 모두 두꺼운 고리가 달려있었습니다. 새까맣고 매끄러운 표면에는 기하학적인 무늬가 겹겹이 빼곡하게 음각되어있었는데 하나같이 부리부리한 눈을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싸우는 일 말고는 문외한인 거너릴의 눈에는 그저 시커먼 솥단지처럼 보였지만 오랜 세월동안 연구를 거듭해온 맥더프의 눈에는 달랐습니다. "이건 평범한 물건이 아니야! 몸체와 검은 금속... 나도 드워프들이 분류해둔 금속 원소들을 전부 꿰고있지만 이런 특성을 지닌 금속은 일찍이 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이거 비싼 물건이란 말이죠?" 거너릴은 헤카테가 어깨에 감아준 붕대를 긁적이며 물었습니다. "자내가 기대했던 금은보화랑은 차원이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을 거야. 일단 가지고 나가는 게 좋겠어." 맥더프가 헤카테를 향해 눈짓울 하자 헤카테는 고개를 끄덕이고 솥을 들어올렸습니다. 솥에 달린 고리에 손이 닿는 순간 헤카테는 표면에 흐르는 미세한 열기를 느끼고 멈칫 했습니다. 신기한 일이지요. 상자 안에 담겨있던 금속 솥에서 체온보다 따둣한 열기가 느껴지다니요. 거기다 솥 표면에 새겨진 눈들에게서 불길함을 느꼈습니다. "왜 그래요?" 묘한 기색을 느낀 거너릴이 물었습니다. 헤카테는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솥이 보기보다 가볍네." 맥더프 영감은 작은 체구 때문에 이걸 옮길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불길한 물건을 거너릴에게 맡길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가볍다는 말은 그냥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부피의 짚더미만큼이나 가벼운 무게 때문에 이것이 정말 금속으로 된 것인지 의심이 들 지경이었습니다. 헤카테는 여분의 로프를 솥에 달린 고리에 감아 배낭처럼 등에 맸습니다. "그럼 출발할까?" "그러죠. 여러분 모두 저때문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영지로 돌아가도록 하죠." 세사람은 상자를 뒤로하고 던전의 입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