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00aeef][i][b]5계층 취침턴 굴림: 1d6=3[/b][/i][/color] 맥더프의 코고는 소리를 듣고 거너릴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아무래도 다음 계층을 여행하기 전에 먹을 것을 찾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일까요. 모포를 덮고 누운 헤카테가 괴로운듯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헤카테, 괜찮아요?" 걱저이 되어 다가온 거너릴에게 헤카테는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오랜만에 고기를 썰어서 그런가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결려." 돌아누운 자세에서 어깨너머로 말하는 헤카테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습기가 묻어났습니다. 거너릴은 헤카테의 옆으로 다가가 마사지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헤카테의 몸을 어루만진 것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던전 탐사를 막 시작했을 무렵의 헤카테는 야영을 할 때마다 다리에 쥐가 나서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곤 했습니다. 몸집이 작은 맥더프 영감으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었으므로 거너릴이 나서서 다리를 풀어주는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사지를 요구하는 헤카테의 태도는 노골적으로 변해갔습니다. 거너릴이 피곤하다거나 상처를 치료해야한다는 핑계를 대고 거절하기라도 했다간 그 다음날 마주치는 몬스터들은 정수리부터 고간까지 파죽지세로 양단하는 분노의 일격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마사지를 해야하는 거너릴도 딱히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거너릴은 모험을 하면서 인간 여성은 물론 하프엘프와 엘프도 보아왔지만 하프오크 특유의 건강미 넘치는 몸매 또한 그에 못지 않은, 아니 어쩌면 그 이상가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던전에 오기 전까지는 피로 물든 펑퍼짐한 작업복과 앞치마 때문에 알 수 없었지만 그 속에 감춰진 몸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에메랄드빛이 감도는 피부는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웠고, 그 안에 깃든 근육은 탄력이 넘쳤습니다. 게다가 푸주간에서의 고된 노동 속에서 끊임없이 벼려진 탓인지 나이를 무색케 할 정도로 몸매에 군더더기가 없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하프오크 또한 엘프나 하프엘프, 하플링처럼 인간에 비해 노화가 더딘 것인지도 모릅니다. 거너릴은 헤카테의 몸을 마사지하며 그 모든것을, 근육 하나하나까지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헤카테도 싫어하기는 커녕 오히려 반기는 기색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앞쪽도..." 헤카테가 돌아누웠습니다. 거너릴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고는 그 소리가 헤카테 귀에 들렸을까봐 조마조마했습니다. 흐트러진 모포와 또한 그 위에 흐트러진 헤카테의 육체가 꺼져가는 모닥불빛 아래에서 뇌쇄적인 음영을 자아냈습니다. 거너릴은 애써 태연한 척 헤카테의 몸 위에 손을 올려놨습니다. 그 순간 헤카테의 몸이 짧게 경련했습니다. "깜짝아! 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 그새 벌써 식은거야?"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손 끝에 핏기가 가셔서 그렇다고는 죽어도 말 할 수 없는 거너릴이었습니다. 아니 헤카테도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릅니다. 헤카테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조롱이 섞여있었기 때문입니다. 거너릴은 약간의 책망을 담아 헤카테의 몸을 짓누르기 시작했고, 헤카테는 웃음과 한숨이 터져나오는 걸 막기위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헤카테는 자신의 몸을 더듬는 거너릴의 손길에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그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감정 속에서 욕망 대신 배려와 망설임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안달이 난 나머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헤카테는 거너릴의 멱살을 잡아 자신의 얼굴 앞으로 끌고와 격앙된 어조로 속삭였습니다. "지금 나랑 장난해? 여기까지 왔으면서 왜 빼는거야? 껍질도 안까진 새끼마냥..." 하지만 말을 끝까지 잇지는 못했습니다. 다음 순간 거너릴의 입술이 헤카테의 입술 위에 포개지면서 끈적한 타액과 부드럽고 유연한 속살, 그리고 거친 한숨들만이 둘 사이를 오갈 뿐이었습니다. 거너릴은 입술을 떼고 속삭였습니다. "잘 들어요 헤카테. 저는 여지껏 수없이 많은 모험을 하면서 수많은 여자들과 만나왔어요. 몇몇은 꽤 깊은 관계까지 간 적도 있고요. 하지만 제 어머니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건데 결코, '특별한 선'을 넘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왠지 알아요?" 헤카테의 얼굴은 해갈되지 않은 욕망에 대한 분노로 일그러져있었습니다만,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녀의 머리속에는 "그딴게 무슨 대수야! 하던거나 마저 해!"라는 본능의 목소리와 "무슨 일인지 들어봐야할 것 같아."라는 이성의 목소리가 싸우고 있을 것입니다. 거너릴은 말을 이었습니다. "헤카테도 알다시피 전 사생아입니다. 그래서 무책임한 모험가가 뿌린 씨앗이 자라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있어요. 전 제 자식이 저와 같은 인생을 살게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원치 않는 건 제가 사랑하는 여인이 제 어머니와 같은 삶을 살게 하는 거예요." 거너릴은 어느새 눈시울을 촉촉히 적시고 있었습니다. 그 눈에서 거너릴이 살아온 세월의 회한이 느껴진 탓인지 헤카테도 흥분이 살짝 가라앉았습니다. "헤카테, 이런 얘기 들어봤어요? 싸움터를 떠돌아다니는 모험가와 용병들의 꿈은 명예퇴직이라고요. 저도 이번 모험이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비록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모험가 일을 은퇴하고 영지에서 번듯하게 살아갈 만큼은 될 거예요. 그때가 되면, 헤카테 당신과 함께 살고싶어요." 헤카테의 눈이 저녁으로 먹은 사하긴 만큼이나 휘둥그레졌습니다. "난 여지껏 모험가를 그만두고 뭘 하며 살지는 수없이 생각해왔지만,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할지는 생각해본 적 없어요. 헤카테,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던전의 주인을 쳐부수고 돌아가는 길이 되어서야 마음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헤카테, 저와 결혼해주세요." 거너릴의 말이 끝난 뒤에도 헤카테는 한동안 말을 이을 수 없었습니다. 침묵이 이어지자 당혹스러워진 거너릴이 그렁그렁했던 눈시울을 훔쳤고 그제야 헤카테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헤카테는 홍조를 띈 얼굴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참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것을 본 거너릴은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간신히 입꼬리를 푼 헤카테는 두어번 심호흡을 한 뒤에야 입을 열 수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승낙할게. 난 내가 살면서 이런 청혼을 받게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너무 기뻐. 그런데..." 헤카테는 거너릴과 자신의 맞닿은 하반신을 가리켰습니다. "이건 어쩔거야?" 헤카테와 거너릴, 거너릴과 헤카테 모두 이성으로는 성사된 약혼을 기뻐하고있었지만 본능, 특히 하반신은 여전히 강력하게 자신들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습니다. "그건요..." 거너릴은 잠시 궁리한 끝에 말을 이었습니다. "다른 방법이 있는데 괜찮겠어요?" "그걸 말이라고." 그 뒤에 있었던 일은 꺼져가는 모닥불과 모포 틈 사이에서 열심히 코고는 시늉을 하며 지켜본 맥더프 영감만이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color=fff200][i][b](일단 일행은 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열심히" 휴식을 취했습니다.) (아니 근데 정말 써놓고 나서도 어처구니가 없네요. 왜 갑자기 이 대목에서 포텐이 터지는지 참...)[/b][/i][/col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