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이시 마을에 가까워졌다. 마을의 모습이 좀 더 잘 드러났다. 일행의 표정이 변했다. 마을의 상태가 이상했던 것이다. 많은 촌락들이 무너져 있고 지면이 들쑥날쑥했다. 마치 큰 지진이라도 겪은 것 같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구조물이 땅을 뚫고 솟아나와 있었다. 구조물은 거대했다. 땅에 드러난 부분의 길이는 150m, 높이는 최소 60m였다. 솟아난 그 구조물에 밀려 마을사람들의 집들은 엉망이었다. 일행이 마을에 들어섰다. 땅에 발을 내디딘 검은하양은 놀랐다. 지표면이 이상하리만큼 싸늘했던 것이다. 놀란 소녀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놀랐다. 그쪽의 지표면은 반대로 고열로 들끓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들 틈을 오가며 의식용 로브와 제기를 든 무리가 오가고 있었다. 그 무리들의 로브엔 나무를 흉내낸 기묘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로브의 무리들이 외쳤다. "이것은 신벌이다! 종말이 오고 있다! 거대한 악이 땅속에서 깨어났으니 심판의 때가 머지 않았노라! 두려움 없이 악마의 힘을 빌려쓴 우매한 자들을 신께서 용서치 않으시리니!" "호자이! 호자이!" "듣거라, 중생들아! 신의 목소리를 들은 호자이만이 이 땅을 정화할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이로다!" "호자이! 호자이!" 마을 경비대가 로브의 무리들에게 다가왔다. 그러자 호자이를 외치던 로브의 무리들은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더니 입을 다물고 물러났다. 경비대는 그들을 더 이상 쫓진 않았다. 경비대를 끌고 온 중년 남자가, 마을 입구에서부터 걸어오는 바르시온과 에인델, 검은하양을 발견했다. 다가온 중년 남자가 모자를 벗으며 예를 갖췄다. "환영합니다, 여행자님들. 저는 촌장인 티그라고 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