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인델의 질문에 티그 촌장이 대답했다. "아, 저 헛소리를 지껄이는 놈들은 신경 쓰지 마십시오. 호자이라는 종교집단인데... 마을이 어수선한 틈에 저렇게 나대고들 있지 뭡니까." 멀어지는 로브의 무리들을 보며 티그 촌장은 혀를 찼다. "당장에라도 쓸어버리고 싶지만...저희 마을에도 이런 저런 사정이 있어서요." 촌장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일주일 전에 강력한 지진이 이 마을을 덮쳤다는 사실을. 정체불명의 구조물도 그때 튀어나온 것이었다. "행여나 저기 가까이 갈 생각은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악마니, 신벌이니 하는 호자이 놈들 말은 믿을 게 못되지만 낌새가 안 좋은 건 사실이니까요. 어제만 해도 생각없는 젊은이들이....으, 흠흠." 티그 촌장은 무심결에 뭔가를 말하다가 헛기침과 함께 입을 다물었다. "아무튼 시간을 들여 조사해야 할 곳입니다. 저는 분명히 경고했고, 그걸 무시하셔서 일어나는 일엔 책임을 질 수 없습니다." 그러던 촌장이 금세 표정을 바꿨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 드루이시가 어떤 곳입니까! 지금 피해 복구가 한창입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 이 역경을 잘 극복하리라 믿습니다." 일행의 눈엔 촌장이 애써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촌장이 계속 말했다. "보아하니 여행 때문에 지치신 모양인데, 아직 여관은 무사합니다. 목욕도 하실 수 있고요. 촌장인 제가 보증하지요. 걱정 말고 푹 쉬었다가 가시면 됩니다." 그러더니, 티그 촌장은 은근히 덧붙였다. "여행가님들. 혹시 여길 떠나셔도...우리 드루이시가 지진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는 자제를 좀 부탁드립니다. 자칫 사람들 발이 끊기면 여러 모로 곤란해서요. 서로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하하. 여관에 묵길 원하신다면 안내인을 붙여 드리겠습니다." 검은하양이 바르시온과 에인델에게 물었다. "어쩌면 좋을까요? 기대했던 분위기는 아니어도 피로는 풀 수 있을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