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르를 끌어내려던 안내인 남자가 입을 다물었다. 남자는 어깨가 위축된 채 식은땀을 흘렸다. 바르시온의 '설득'은 확실히 통했다. 계속 그를 방해할 경우 어떤 일을 경험하게 될지 안내인 남자는 깨닫고 말았다. "부, 불쾌하게 하려던 생각은 없었습니다, 여행자님. 그, 그럼 저, 전 이만...!" 안내인 남자가 도망치듯 멀어졌다. 이제 여관 앞에 남은 것은 바르시온 일행과 청년-시바르뿐이었다. 시바르는 바르시온의 발에 입을 맞추며 거듭 감사했다. "그 눈물이랑 콧물부터 닦는 게 어떤가요." 검은하양이 말했다. 그제야 시바르는 얼굴을 깨끗이 하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청년의 목소리엔 울음기가 남아 있었다. 그래도 내용을 알아듣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방금 들으셨겠지만 제 이름은 시바르라고 합니다. 시바르 파터지요. 저와 제 여동생들은 이 마을에서 누메네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촌장이나 마을 어른들은 밥만 축낸다며 저희를 업신여기지만요. 하지만 저와 엘라, 첼라는 누메네라에 대한 저희들의 연구가 언젠가 이 마을에 보탬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검은하양이 생각했다. '저 사람의 여동생들 이름이 엘라와 첼라인가 봐.' 시바르는 계속 설명했다. 일주일 전 마을에 지진이 일어나고 정체불명의 구조물이 나타난 뒤에 괴이한 현상들이 거듭 발생했다고. "마을 여자들이 행방불명 되고 있습니다. 처음엔 지진에 매몰된 줄 알았지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지진 후에도 행방불명된 여자들이 벌써 셋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오렌지 색 액체가 땅에서 솟아나, 거기에 닿은 사람들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어요. 은은한 열기를 전해주던 땅도, 저 오래된 구조물이 나타난 뒤부터는 온도가 제각각입니다." 검은하양이 바르시온과 에인델에게 속삭였다. "그건 저도 경험했어요. 아주 싸늘한 부분도 있고 너무 뜨거운 부분이 있더군요." 시바르가 말했다. "엘라, 첼라와 저는 그 모든 게 구조물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저 구조물을 '유적'이라고 불렀지요. 먼저 촌장님께 말씀드렸지만, 티그 촌장님은 마을 평판이 나빠진다며 쉬쉬하기 바쁘셨어요." 청년의 목소리에 울분이 섞였다. "그래서 어제, 저희들은 독자적으로 유적에 들어갔습니다. 우리 마을을 구하기 위해서요...! 하지만 그, 그, 안에서..." 시바르의 얼굴이 공포로 굳어갔다. "그 어둠 속에서, 뭔가에 습격당했습니다." 파터 남매는 습격을 받아 뿔뿔이 흩어졌다. 유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시바르뿐이었다. 시바르는 여동생들을 구하기 위해 유적에 곧장 되돌아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끝모를 공포가 시바르를 붙들었고, 도저히 발을 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촌장님께 도움을 요청했지만, 멋대로 유적에 들어갔다며 혼만 났을 뿐입니다. 구조는 마을 회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며...나대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하룻동안 기다렸지만 엘라와 첼라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호, 혹시 죽은 건 아닌지...너무 걱정스러워요. 그리고...나약한 제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저, 전, 두려워요... 여동생들이 걱정되지만, 그 어둠 속으로 다시 들어갈 엄두가 도저히 안 납니다..." 시바르가 다시 눈물을 보였다. 청년은 떨리는 목소리로 바르시온 일행에게 애원했다. "믿을 건 실력있는 모험가님들뿐입니다. 제발 엘라와 첼라를 구해주세요. 보, 보상은 뭐든지 하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지요...! 부모님도 없이 저희 남매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습니다. 그 애들이 없다면 전 미쳐버릴지도 모릅니다...! 자비로우신 모험가님들, 부디..! 아아...지금 이 시간에도 엘라와 첼라는...아아, 아아아!!!" [color=fff200][i][b](바르시온 일행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b][/i][/col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