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배후에 누가 있냐고?" 플루터는 통증에도 불구하고 코웃음쳤다. 당장 목이 날아간다 해도 지금의 그는 코웃음쳐줄 준비가 되어있었다. 어찌됐건 뱀파이어 아닌가. "어처구니가 없군. 나는 가문도 가족도 잃은 귀족이며, 내 뒤에 있는 것은 오직 내가 짊어진 막대한 복수심과 증오 뿐이다." 그리고, 한번 집어넣었던 애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이 기묘한 사태에도 모두가 따라주고 있는건, 네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동료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머나먼 과거에 익혔던 귀족의 예법대로, 플루터는 검을 서서히 반쯤 검집에서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이것은 마지막 경고를 의미하는 행동이며, 이 이상 하고 싶다면 검을 빼들고 결투를 신청하거나 검을 버리고 사과하라는 의미이다. 만약 이 여자가 충분히 지혜롭다면, 적절한 선택을 할 것이다. "간단히 말하지. 과거를 알고 싶다면, 우선 정중히 사과하고 실례지만 과거를 들을 수 있겠냐고 청해라. 지금 다른 이들의 과거를 알아야겠다며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너다, 마렐리아." 그 말을 마친 순간 소나의 말이 들려왔고, 날카로워지던 플루터의 기운이 조금 풀어졌다. "...그래. 우리는 스타더스트가 발견된 곳에 가보자고 하고 있었지. 마렐리아가 느닷없이 여동생에 대해 캐물어서 혼란스러워졌을 뿐이다." 그리고 플루터는 물끄러미 마렐리아를 바라봤다. 마렐리아의 기묘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일을 맡기고 싶다면 일단 그 사람을 신용하는게 도리 이닌가. 다짜고짜 나에게 원대한 계획이 있으니 불평하지 말고 네 가족에 대해 이야기해라! 라고 강압적으로 나온 마렐리아에게 플루터는 좋은 감정을 가지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