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은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다음, 조심스럽게 가장의 천막 앞에서 신발을 벗고 카펫에 올라갑니다. "난 바티신 신자들은 전부 다른 종교인들은 못 죽여 안달인 광신도인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보네." "그러게, 핫산에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보기 드문 방랑객 같더군. 도와줬더니 오히려 큰소리 치는 유민들이 워낙 많아서..." 저 멀리서는 아이들이 시구르드에게 돈을 던져 주며 외칩니다. "거지 아저씨! 한 번 더 해주세요!" 그렇게 조금 서 있자, 천막 안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들어오시오." 휘장을 제치고 들어가자 얼굴에 여러 흉터가 진 중년 남자가 있습니다. 핫산과 얼굴이 닮았지만, 전장에서 피 맛을 여럿 본 전사의 모습도 얼핏 보입니다. 그리고 옆에는 테아에서 볼 법한 흰 얼굴과 붉은 머리의 여인도 서 있습니다. 나이는 젠킨스보다 젊어 보이고, 다른 부족민들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대모께서 꿈에서 보셨다는 귀한 손님들이 오셨군. 나는 핫산의 아비이자 유수프의 아들인 이사요. 이쪽은 보다체에서 온..." "비바티지르니입니다. 가장님. 이들을 모조리 죽이셔야 합니다." 그 말을 듣고 가장은 힐끔 웃어 보입니다. 반면 붉은 머리의 여인은 속이 탄다는 듯 일행을 노려보기만 합니다. "대모님이 데려오라고 하셨소. 그리고 본디 사막의 백성은 자기 천막 안으로 들인 사람을 죽이지 않소." "사막의 백성이건 도시의 백성이건 돈을 거절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들을 죽인다면 제 상사께서 금화 세 궤짝을 드릴 것입니다." "하하하! 그도 그렇지... 하지만 일단 이분들을 죽이든 살리든 일단은 푹 쉬게 하고 내일 논의하는 게 어떻겠소. 핫산, 천막으로 안내해 드려라." 핫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일행을 천막으로 안내합니다. "미안하게 되었소. 저 여인은 원래 우리 부족 중심부에서 일하던 정보상인데 어제 도착해서 당신들을 죽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소. 부족의 전통에 따르면 마땅히 거절해야 하오. 하지만 금화 세 궤짝은... 감히 돈으로 우리의 전통을 뭉개냐고 꾸짖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오." 젠킨스는 동의한다는 듯 끄덕이더니 묻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되나요?" "여기서 죽지는 않을 거요. 아마 길을 떠날 때 호위를 붙여주지 않아 저들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해 죽겠지... 혹시 당신들이 아버지나 다른 부족민들이 필요한 걸 제공하거나, 설득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